[ 안팔리는 부동산 밑지고 파느니... ]
정부 규제 강화에 따라 세금 부담 높아진 다주택자들
부동산경기 침체로 처분 힘들어지자 '가족간 증여' 선택
#1. 서울에 10억원대 아파트 한채와 경기도 1억원대 빌라를 보유한 40대 직장인 유모씨는 최근 빌라를 어머니에게 양도했다. 유씨는 소유 아파트와 빌라를 월세 받고 전세로 사는데 2주택자라 전세자금대출 만기연장이 불가했다. 할 수 없이 부동산 하나를 처분해야 해 급매를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자 어머니 명의로 변경 후 증여세를 대신 내줬다.
#2. 맞벌이 직장인 김씨(38)는 4년 전 직장 출퇴근 문제로 경기도의 신혼집을 전세 주고 서울로 이사왔다. 현재 전세를 살면서 자녀 진학에 맞춰 내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데 신혼집이 발목을 잡았다. 1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돼 집을 팔고 싶지만 역세권이 아닌 작은 빌라다 보니 부동산에 내놓은지 1년이 지나도 매수인을 찾지 못했다. 부모님 명의로 이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하고 공시가격 상승률을 높여 재산세 부담도 커진 상황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경기가 꽁꽁 얼어붙자 가족간 증여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올해 2월 3개월간 서울 주택 증여는 6922건으로 2006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은 증여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증여) 신청은 1138건으로 전월대비 6.8% 감소했지만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1월 287건 ▲2월 273건 ▲3월 302건으로 증가 추세다. 전체 증여 건수에서 강남3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월 22.3%에서 3월 26.5%로 증가했다.
증여세 대신 내줘도 '불법'
강남3구에서 최근 증여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높이자 절세를 하려는 자산가들의 움직임도 빨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에서 정부는 종부세율을 더 올리는 안을 추진, 국회 통과가 될 경우 보유세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뿐만 아니다. 정부는 보유세 부과기준이 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현재 개인이 주택을 매도할 때 기본세율은 6~42%인데,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보유한 주택을 팔면 10~20%포인트 가산돼 최대 62%까지 세금을 매긴다. 양도차익이 5억원이라고 가정하면 1주택자는 양도세가 1억3360만원이다. 2주택자 2억2340만원보다 1억원가량 적다.
다만 정부는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한해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 상태다.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는 세금 부담이 기존보다 10~20%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그럼에도 코로나 사태로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고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며 집값 폭락을 우려한 매수 기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강남 부자들이 헐값 매각을 하느니 가족에게 증여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다.
세대 분리한 자녀에게 전세보증금 등 채무를 함께 넘기는 '부담부 증여'의 경우 증여 부분은 증여세, 채무 부분은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부담부 증여는 1~3%의 세율을 적용한다.
하지만 증여세는 증여를 받은 주체가 내는 세금이므로 부동산을 넘기는 사람이 대신 내줘도 불법이 된다. 정부는 현재 부동산 취득 시 자금출처에 대한 증빙자료를 요구하는 만큼 증여세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보다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클 경우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