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명의 대학 총장이 20대에게 추천하는 책 ]

2020. 3. 12. 21:06부의상식/책

■ 안민 고신대학교 총장

인간의 품격-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 자기과시의 시대
- 인간답게 산다는 것

우리는 물질과 능력이 중요하고 이것을 성공의 척도이자 행복의 지표로 삼는 시대를 살고 있다. 또한, 겸손보다는 스스로 본인을 포장하고 마케팅의 도구로 삼는 자기과시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자기과시와 자기중심적 사고는 타인에게 인정받는 외적인 잣대만을 중요시하는데 그 문제점이 있다.

책은 인간의 삶이란 결함이 있는 내면의 자아와 끊임없이 투쟁하며 성장하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그간 자신이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여겼지만 내적 성장이 동반되지 않은 껍데기에 불과했다고 고백하며 내적 결함을 딛고 내면을 키우기 위해 분투했던 아이젠하워, 아우구스티누스, 조지 엘리엇, 새뮤얼 존슨 등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성공을 위해 나를 부풀리는 시대를 벗어나 부와 명예가 아닌 세상의 부름에 응답하는 소명으로서의 헌신, 대의를 중시하는 겸손, 절제의 미덕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성공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인간이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정의해 주고 있는 인간학적 저서이기 때문에 미래세대 청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장제국 동서대학교 총장

한국 사람 만들기 1·2- 함재봉 지음 /아산서원

- 한민족이란 무엇인가
- 한국사람 정체성 알기

한국 사람이란 과연 누구일까?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에게 이 질문은 뜬금없이 느껴질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한민족’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이 말은 한국만 벗어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한중수교 직후 중국 연변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함께 간 일행 중 한 명이 현지에 사는 조선족을 보자 감격해 “우리 한민족을 이곳 중국에서 뵈니 너무 반갑습니다”라고 말했다가 크게 항의를 받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자신들은 한민족이 아니라 조선족이라는 것이다. 책의 서문에도 지적되어 있듯이 ‘코리언’을 지칭하는 말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북한에서는 ‘조선사람’, 일본에 사는 사람은 ‘재일 교포’, 미국에 사는 사람은 ‘재미 교포’라고 부른다. 또한 중앙아시아나 사할린에 사는 사람은 ‘고려인’이라고 불린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또 하나의 질문. ‘한민족’이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것일까? 우리는 단일 민족으로 이루어진 동질 사회라고 하면서 왜 사회 갈등은 끊이지 않는 것일까? 건국 이래 지속해온 정치적 혼란과 지역 간 대립, 그리고 좌우로 나뉜 이데올로기적 대결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학진학을 앞둔 지금, 한국 사람이란 과연 누구인지 한 번쯤은 스스로 고민해 보아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를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 전민현 인제대학교 총장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 시장만능주의 사회
- 도덕적 한계 고찰

이 책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와 함께 그의 대표 저작 중 하나다. 돈이면 못 하는 게 없는 세상이라지만, 돈으로 살 수도 없고 절대 사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시장 만능주의, 시장 지상주의, 경제학 지상주의에 빠져서 모든 것을 사고팔고 가격을 매겨서 거래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류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봉사와 희생정신, 공동체 정신, 이타주의가 침해당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시장 지상주의의 맹점을 파헤치고 있다.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다룬 이 책은 새치기, 인센티브,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내는가, 삶과 죽음의 시장, 명명권 등 총 5개 챕터를 통해 이 시대의 가장 큰 윤리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저자는 시장의 무한한 확장에 속절없이 당할 것이 아니라 공적 토론을 통해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마이클 샌델 교수 특유의 문답식 토론과 도발적 문제 제기, 치밀한 논리로 생생한 사례들을 파헤치며 시장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철학 논쟁으로 읽는 이를 인도한다.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재화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청년들,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젊은이에게 추천한다.


■ 전호환 부산대학교 총장

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 융합과 소통의 시대
- ‘거인의 어깨’ 될 책

영국의 2파운드짜리 동전 테두리에는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는 영국 출신인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 뉴턴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이 그의 물리학적 발견을 치하하자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했다. 과학자인 나 역시 수많은 선배 과학자들의 경험과 발견을 통해 세상에 대한 통찰을 배웠다. 융합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거인의 어깨’는 단연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이다. 인문학자,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은 그 자체가 융합이다. 그런 그가 1980년, 생명과 인류발달사의 방대한 지식을 집대성해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총 13개 장,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은 우주의 구성 요소들과 그것들이 만들어 놓은 또 다른 세상을 종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요구하는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질을 꾸준히 생각하게 한다. 미시에서 거시 세계까지,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인간의 유전자와 진화를 하나하나 벗겨가는 일은 대단히 흥미로운 과정이다.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책이 융합과 소통의 시대,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줄 거라 확신한다.


■ 정홍섭 동명대학교 총장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유영일·노혜숙 옮김 /양문

- ‘마음 속 나’ 아니라
- ‘현재의 나’ 집중 방법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성공적인 삶을 얻고자 하는 젊은이에게 권한다. 작가는 인간 의식의 심오한 변화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과거도 미래도 아닌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것을 강조한다. 우리는 마음이라는 것을 우리 자신과 동일시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생각이 끊어지면 자신의 존재가 없어질 것 같이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의 경험이 만들어 놓은 집착과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진실을 알려주는 현재를 무의식적으로 회피한다. 다시 말해서 추측하고 판단하고 비교하고 불평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등의 마음의 생각들을 ‘나’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거짓된 자아가 만들어지고, 두려움과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이다. 그는 마음속에서 나를 찾지 말라고 조언하며, 영원한 현재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확실하고 이해하기 쉽게 현재에 몰입하는 명상방법을 제시한다. 현대를 사는 젊은이의 가장 큰 문제가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톨레가 제시하는 바를 실천하면 현재에 즐겁게 몰입할 수 있다. 나아가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이며 인생과 우주의 근본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깨달음도 얻을 것이다.


■ 한석정 동아대학교 총장

파친코 1·2- 이민진 지음·옮김 /문학사상

- 일제강점기 재일교포
- 생존기로 공감 이끌어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Min Jin Lee)의 동명 장편 영문소설의 번역서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추천하여 명성을 얻었던 책이며 미국 현지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일본에서 차별의 상징으로, 혹은 한일 양국의 관심 밖에서 존재했던 재일 교포 집안 3대를 읊어나간다. 이야기가 일본강점기 영도의 가난한 여인숙집 딸에서 시작되니 부산 사람들에게 반갑게 다가온다. 시간적으로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초부터 1980년대 말까지 반세기 남짓을 배경 삼으며, 공간적으로는 부산 영도에서 출발해 일본 오사카의 재일동포 밀집 지구 이카이노를 거쳐 도쿄와 요코하마까지에 이른다. 파친코는 오사카로 이주한 그녀의 후손들이 걸어갔듯이 재일 교포가 차별에 맞서 선택한 출구, 혹은 좌절 뒤 은신처, 고등교육 수학에도 불구하고 주류사회로 진출할 수 없어 돌아오는 가업 등 다의적인 뜻을 담고 있다. 이들의 애환이 20세기 한일관계사 속에서 빼어난 솜씨로 펼쳐진다.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재일 조선인과 일본 당국의 갈등만은 아니다. 인간사의 거대한 흐름과 섬세한 세부가 어우러지면서 한층 복합적인 울림과 설득력을 지닌다. 고난에 좌절하지 않고 기어코 제 발로 다시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는 인류 보편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름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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