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3/20) - 이탈리아 사망자 중국 보다 높아 ]

2020. 3. 20. 08:07뉴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19일 오후 6시(현지시간) 기준 누적 사망자 수가 3천40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로 이탈리아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중국을 넘어섰다.

이는 전날 대비 427명(14.3↑)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날 3천245명으로 보고된 중국의 누적 사망자 수를 넘어선 것이다.

작년 12월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나온 이래 누적 사망자 수가 중국을 넘은 나라는 이탈리아가 유일하다.

이탈리아에선 최근 연일 400명 안팎의 신규 사망자가 발생하며 중국 수치를 초과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았다.

누적 확진자 수는 5천322명(14.9%) 늘어난 4만1천35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중국(8만907명)의 절반 수준이다.

하루 기준 신규 확진자가 5천명대를 기록한 것도 처음이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명률은 8.3%로 전날과 큰 변동이 없다. 하루 기준 누적 확진·사망자가 비슷한 속도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1.06%)의 8배 수준인 이탈리아 치명률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드라이브스루' 검사 시행하는 이탈리아 의료진 (볼로냐 AP=연합뉴스) 이탈리아 볼로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18일(현지시간) 의료진이 차량 운전자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leekm@yna.co.kr

이탈리아에서 유독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에 특히 취약한 노령자 감염자 비중이 높다는 점을 꼽는다. 실제 전체 사망자 중 87%는 70세 이상의 고령자다.

아울러 바이러스가 북부 특정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하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환자가 쏟아져나와 지역 의료시스템이 붕괴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누적 검사 인원은 18만2천777명으로 한국(30만7천24명)의 59.5% 수준이다.

세계적인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주도인 베네토 등 일부 주가 한국 모델을 적용해 공격적이고 광범위한 검사를 시행하며 검사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차에 탄 채 간편하고 신속하게 바이러스 검사를 받는 한국식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사망자를 운구하는 이탈리아 군용 차량 (베르가모 EPA)

의료진 사망 사례도 늘고 있다.

이날 북부 지역에서만 5명의 의사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함에 따라 의사 희생자가 14명으로 늘었다고 이탈리아 의사단체는 밝혔다.

이날 사망한 의사들 가운데 일부는 은퇴 후 코로나19 비상 상황을 맞아 다시 일터로 나왔다가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한다. 17일 기준으로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진 수는 2천62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WHO 코로나19 대응모델로 한국행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소회의실에서 WHO 전문가와 함께 한국-WHO 코로나19 국제 코호트 연구 준비회의 2020.03.18.

WHO는 대신 우리나라 임상 사례와 의료진의 경험을 토대로 전세계 코로나19 대응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유행 시작 시점부터 임상 정보를 투명하게 축적해 정확성이 보장되고, 대응 능력 또한 우수하다고 평가해서다.

20일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WHO 임상팀 코비드19 자문위원들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국제 코호트 연구회의'에 참석해 이 같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연구회의에 참석한 윌리엄 피셔(William A. Fischer), 토마스 플레처(Thomas E. Fletcher) WHO 임상팀 코비드19 자문위원은 우리나라 의료진에 많은 질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WHO에서 여러 질문을 많이 했다"며 "임상 환자의 특성, 사망자 위험요인, 환자들의 임상 진행 경과, 어떤 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 위험한지 등등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고 말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교수도 "코로나19의 양상과 무증상 감염 정도, 사망자 임상 정보, 극복 방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신종 감염병 연구에 도움이 될만한 방대한 정보가 쌓여 있다는 판단에서 WHO가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기모란 교수는 "우리나라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를 겪은 뒤로 감염병 유행 초기부터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찍 검체를 준비하고, 자료를 입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다수 환자가 발생했던 대구·경북 지역에서 안정세를 조금씩 보이고 있고, 완치 환자들을 계속 추적하고 있기 때문에 WHO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WHO는 특히 우리나라 임상학적 자료의 정확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보다 많은 환자가 발생했던 중국의 사례와 자료로는 일반화가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신우 교수는 "WHO는 우리나라가 데이터의 정확성이 보장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데이터를 분석하면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대처에 유용하리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모란 교수도 "중국 측 자료만 봐서는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본 것 같다. 중국의 경우 상황이 우리와 많이 다르고, 사망률도 높아서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다른 나라에 코로나19 정보를 알려줘야 하는 WHO 입장에선 한국이 일반화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의료진도 이날 WHO에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연구를 하는데 필요한 해외 사례를 공유할 것과 함께 코로나19 역학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즉, 예방수칙으로 권고되는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방역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를 전 세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게 우리나라 의료진들의 의견이다.

기모란 교수는 "WHO에 현재 유행이 일어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사례와 우리나라 사례가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했다"며 "우리나라 사례와 해외 사례가 연계되면 코로나19를 더 면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다음에도 이런 대책들을 권고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감염 위험 요인 연구에 WHO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권고했고, WHO 측도 역학 연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